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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넷플릭스 추천작 브리저튼(흑인이 영국상류사회 일원으로 등장하는 숀다라임스 제작 드라마)
    TV Movies 2021. 1. 1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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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인 여주인공에 흑인 남자주인공의 포스터. 이미 여기에서부터 드라마의 방향이 확실하게 나온다. 일부 백인들 사이에서는 "이건 말도 안 돼."라고 하면서 역사적 고증이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드라마에 반기를 들었을 것이다.

     

    줄리아 퀸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숀다 라임즈의 넷플릭스 시리즈 브리저튼. 그레이 아나토미로 유명해진 흑인 여성 제작자 숀다 라임스의 작품을 지금까지 한 3편 정도 봤는데(그레이 아나토미, 스캔들, How to get away with murder) 이 분 드라마는 기본적인 재미 이상은 보장을 하기에 넷플릭스에서 왠일로 숀다 라임스의 작품이 올라왔나 하는 심정으로, 그리고 이번에는 흑인 배우들이 영국의 상류사회의 일원으로 그려진다는 이유로 속는 셈(?) 치고 보게 되었다. 내가 속는 셈이라고 얘기한 이유는 앞에서 거론했던 저 세 개의 드라마들이 워낙 길게 늘어져서 하나도 끝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레이 아나토미는 산드라 오가 드라마에 너무 얽매이기 싫어서 나가버렸을 때부터 안 보게 되었고(사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이걸 왜 보고 있지? 라는 심정이 되긴 했었다. 그냥 정으로 꾸역꾸역 보게 되었다는), 스캔들은 이미 처음부터 막장이었지만 역시나 시즌3인가 부터 내용이 산으로 가서 그냥 포기, How to get away with murder(한국어 제목은 범죄의 재구성)의 경우에는 역시 시즌2부터였나 왠지 했던 내용이 반복되는 느낌이 들어서 시즌2 중간부터 안 보게 되었다. 그런데 브리저튼은 시즌1밖에 나오지 않은 상태였고 원작이 있는 작품을 극화한 것이고, 에피소드도 딱 8개만 나와 있어서 일단 파일럿만 괜찮으면 계속 보게 될 것이고, 다 보더라도 8편이라 깔끔하게 끝나겠네 싶어서 시작했다.

     

     

    영국의 여왕이 흑인 여성이고 시종들도 흑인. 사진에는 없지만 아시아계도 가끔씩 주변인물로 등장한다.

     

    파일럿을 봤다. 딸래미도 많고 아들래미도 많은 브리저튼 집안이 등장하고 그 맞은 편에 3명의 딸래미가 있는 이웃집 페더링턴네가 무도회에 가는 장면을 보면서 예전에 많이 봤던 제인 오스틴 원작의 오만과 편견, 엠마, 센스 앤 센서빌리티가 떠올랐다. 문제는 숀다 라임스는 절대 백인들만 출연하는 드라마를 만들 위인이 아니라는 거다. 그래서 어떻게 되나 봤더니 브리저튼의 여주인공 다프네가 만나게 되는 남자가 흑인 공작이고, 영국의 여왕도 흑인, 공작을 키워줬던 레이디 댄버리도 흑인으로 나왔다. 다운튼 애비나 제인 오스틴의 영화, 드라마만 보아왔던 분들, 그리고 역사를 아는 분들이라면 이것이 절대 사실이 아님을 알 것이고, 분명 천지개벽에 가까운 충격적인 설정이라는 것에 놀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전까지는 흑인들의 삶이 별로였으나 흑인이 여왕이 되고 나서 흑인들의 지위가 올라갔다는 설명이 나오기는 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사실 왜곡이 너무 심한 거 아니냐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사실 이런 설정이 어떻게 되든 본인에겐 별로 중요하진 않았으나 숀다 라임스는 이 드라마를 통해 백인들만 출연하는 영국 시대극을 흑인들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려고 한 것 같다. 단순히 배역만 흑인이 차지하는 게 아니라 충분히 실력 있고, 연기도 잘 하는 배우들을 써서 시간이 지날수록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순수하게 작품으로 볼 수 있도록 일종의 개척자 정신으로 만든 것이다. 여기서 반감이 크게 느껴지는 분들은 파일럿을 보다가 접었을 수도 있겠지만 그 누구도 이걸 억지로 보라고 떠미는 사람은 없으니 브리저튼을 보거나 안 보는 것은 오로지 개인의 취향. 본인은 끝까지 다 봤다.

     

     

    아버지가 없지만 화목한 브리저튼 가족. 아이들 이름이 알파벳순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여주인공 다프네는 D(맨 가운데 아래)로 시작하기 때문에 4번째 딸임을 유추할 수 있다.

     

    브리저튼은 결국 사랑 이야기이다. 일종의 거래로 시작한 남녀관계가 점점 진지하게 변하고, 로맨스 소설의 전형적인 패턴을 따라 결말을 향해가지만 시청자들이 로맨스 드라마에서 원하는 걸 잘 알고 있는 숀다 라임스는 이번에는 전작들처럼 질질 끌지 않고 8화로 깔끔하게 1부를 완성했다. 제인 오스틴 소설에서 항상 등장하는 결혼을 해야만 행복해질 수 있는 여자의 삶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이어지고, 결혼하기 전까지는 남녀관계가 어떤 것인지 전혀 모르는 순진무구한 아가씨가 등장하고,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여자라서 할 수 없는 당시 시대상에 대한 좌절등도 나오지만 결국은 해피 엔딩을 향해 나아가는 전형적인 로맨스 드라마. 의상, 헤어, 소품들 때문에 돈이 어마어마하게 든 게 눈에 보이고, 촬영 기법에서도 돈이 들어간 것이 보이는데 딱8화로 끝났음에도 제작 기간이 어마어마하게 오래 걸렸겠구나 싶었다. 시즌2는 코로나 사태로 촬영이 늦어져서 내년에도 넷플릭스에 풀리기는 어려울 듯 하다고 한다. 로맨스 드라마를 보고 싶기는 한데 머리 아프고 호흡이 긴 내용이 아니면서도 너무 잡스럽지 않고 잘 만들어진 작품을 원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꼭 추천드리는 드라마. 보다가 중간에 또 관두겠지 하면서 봤는데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8화가 다 끝이 나버린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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