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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플래쉬 - 드럼치는 영화로 가장한 초특급 액션스릴러
    TV Movies 2020. 12. 30.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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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t quite my tempo" 이 영화의 유명한 대사.

    위플래쉬. JK 시몬스가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았고 드럼치는 것에 관한 영화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평론가들의 만장일치된 것 같은 찬사는 오히려 본인의 관심을 '나중에 시간이 나면 봐도 될 영화' 리스트에 넣기에 이르렀고 결국은 한참 지난 지금에야 보게 되었다.(이놈의 반감이란....) 어제 밤에 봤는데 너무 숨가쁘게 숨도 제대로 못 쉬면서 봐서 그런지 다 보고 나서도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은 흥분감으로 잠자리에 들 생각조차 하기가 힘들었고 잠을 푹 잘 자고 일어난 아침이 되었는데도 감상문을 쓰지 않고 지나치는 것이 영화에 대한 모독(응?)인 것 같아서 결국에는 블로그 타이핑을 하기에 이르렀다.

     

    결론만 말하자면 위플래쉬는 드럼영화를 가장한 액션 스릴러 영화이다. 주인공 앤드류 니먼(마일스 텔러)과 테렌스 플레쳐(JK 시몬스)가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 번 해보자"는 내용. 흔한 스승과 제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둘의 신경전이 눈에서 레이저를 뿜으면서 치고 박기 때문에 불이 나고 폭발하는 액션 씬이 전혀 없음에도 엄청난 긴장감이 시종일관 영화를 지배하고 덕분에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의 심장박동이 오르락 내리락. 소재는 재즈 드럼에 관한 것이지만 일반적인 조용한 재즈가 아닌 속주를 기반으로 하는 드러밍이라서 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관객들에게는 지루한 영화가 되기도 한다.(본인의 동생이 영화를 보다가 졸았다고 한다. 어떻게 이걸 보고 졸 수가 있단 말인가? 싶다가도 뭐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기도 했다.....???)

     

    사람들은 테렌스 플레쳐역의 제이 케이 시몬스의 압도적인 악마적 연기에 찬사를 퍼부었지만 본인은 주인공 앤드류 니먼역의 마일스 텔러에게 완전히 몰입되어서 영화를 보았다. 그가 힘들어할 때에는 본인도 힘들었고 기분이 좋아서 우쭐해지면 '그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 조마조마하면서 영화를 보았다. 주인공이 좋았던 것은 그가 너무나도 인간적이어서 자신의 단점을 상대방에게 내보이기를 전혀 주저하지 않는다는 것에 있었다. 공부나 축구로 잘 나가는 다른 동갑내기 아이들의 자기자랑 시간을 그냥 듣고만 있을 수 없어서 엄청난 비수를 꽂으면서 독설을 퍼붓는다거나, 드럼에 열중해야 해서 막 사귀기 시작한 여자친구에게 역시나 재수없이 굴면서 이별통보를 날릴 때조차 현실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그것이 최선이 아니기는 했지만 앤드류의 감정을 백분 이해하면서 영화를 볼 수 있다. 그리고 그의 이러한 '그냥 지고만 넘어가지 않는' 근성은 드러밍에도 그래도 표출이 된다.

     

    비록 드럼 보조로 밴드에서 연주를 하는 신세이지만 밤마다 온몸이 녹초가 되도록 비지땀을 흘려가면서 고독하게 드럼 연습에 매진하던 주인공은 어느날 밤 학교에서 악명높은 그 분(테렌스 플레쳐)의 방문을 받게 된다. 첫 장면에서부터 "잘 하네. 열심히해라" 했다면 영화는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여기서부터 관객들은 둘의 관계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예상했듯이 두 사람은 한 밴드로 엮이게 되고 어떤 무언가를 향해서 무섭도록 질주해나가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이 너무나도 박력있기에 왠만한 액션 영화 저리가라 할 정도의 긴박감을 선사한다. 문제는 스승이라는 자가 제자를 아주 극한으로 밀어부친다는 건데 그냥 밀어부치는 게 아니라 아주 싸가지 없고 재수 없고 광기를 일으킬 정도로 욕이 절로 나오는 수준이라는 것. 그리고 플레쳐의 "못 하겠으면 꺼져" 태도에 주인공은 손에 피가 나도록(말그대로 피가 난다. 그것도 아주 많이) 죽기살기로 덤벼서 결국에는 플레쳐의 기대에 부응하게 된다. 처음에는 조용하고 얌전해보였던 앤드류는 시간이 지나가면서 점점 플레쳐를 닮아가고 플레쳐처럼 입에 욕지거리를 달고 사는 지경에 이른다.(물론 플레쳐처럼 입만 열었다하면 온갖 욕이 쏟아지는 정도까지는 아니고)

     

    앤드류는 플레쳐의 방식에 반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결국 그 방식에 의해서 성공할 수 있는 기미가 보이니까. 문제는 션 케이시라는 플레쳐의 죽은 제자 이야기가 영화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 플레쳐의 방식을 따르면 성공은 하겠지만 너무 몰입한 나머지 우울증이라거나 자살이라는 비극으로 삶이 끝장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무엇이 최선인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테렌스 플레쳐가 매우 정확한 영어발음으로 자신이 가르치는 방식이 세기의 예술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Absolute Necessity'(절대적으로 필요한 것)라고 말했는데(I was there to push people beyond what’s expected of them. I believe that is… an absolute necessity. 나는 셰이퍼 학교에서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것 이상으로 밀어부치고 있었던 거고 그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라고 믿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최고의 드러머나 기타리스트 그 밖의 많은 예술가들이 타고난 것도 있겠지만 지독한 연습을 통해서 현재에 이르렀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플레쳐의 방식이 틀렸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영화를 본 드럼씨어터의 전 드러머 마이크 포트노이조차 트위터에서 자신의 버클리음대시절을 떠올리게 했다고 했을 정도이니 플레쳐의 방식이 지금도 여기저기에서 통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리라.

     

    이런 저런 것으로 미루어보건대 이 영화가 션 케이시의 예를 든 것은 극단적으로 나쁘게 나간 예시를 든 것이지 앤드류도 똑같은 길을 갈 것임을 보여줬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 플레쳐의 방식으로 따르게 될 경우 최악의 경우가 션 케이시처럼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것일 뿐, 모든 제자가 그처럼 된다고 말하는 영화는 아닌 것이다. 문제는 "이러이러한 예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극한의 상황으로 밀어부치시겠습니까?"이다. 앤드류는 Yes라고 대답을 했고 그는 영화가 끝나고도 그러한 길을 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에 대해서 일말의 후회같은 것은 없을 것이다. 아버지는 이러한 자식의 모습을 보면서 씁쓸해하겠지만 말이다. 사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예술가에 대한 일반인의 고정된 시선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스포츠나 공부를 통해서 성공하는 사람들을 일반적으로 본다면 예술을 통해서 성공하는 사람들은 흔히 자살이나 우울증으로 삶을 끝낸다는 요소를 삽입하면서 예술로 성공하기는 그만큼 힘이 들고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일반인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갈 것을 작정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관객들의 마음 한 켠을 씁쓸하게 만드니 말이다. 이에 대한 예술가들의 반응이 어떠한지가 궁금한데 본인은 여기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는다.

     

    이 영화가 좋았던 다른 이유는 쓸데없는 장면이 하나도 없이 모든 장면이 유기적이 움직인다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드럼연습을 하는 앤드류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스트레이트로 영화의 주제를 보여주고 마지막까지 드러밍으로 올곧게 달려나가는 파워풀함을 선보인다. 밴드에서 연주를 시작할 때의 긴장감, 연주 중간에 살짝 쉬는 타이밍을 이용해 관악기 속에 들어간 침을 비웠다가 다시 연주하는 연주자들의 모습, 연습을 너무 한 나머지 드럼 위에 흘러내리는 피와 스틱 자국들, 닳고 닳은 피아노 건반의 모습까지 장면 하나하나에 연주자들이 얼마나 지독하고 열심히 연주하는지가 스며들어있어서 단순히 잠오는 재즈음악을 보고 듣는 것이 아니라 신나게 달리고 있는 레이싱 영화의 정 중앙에 놓여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만든다. 그러니까 단순히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 하는 것이 아니라 1초도 쉬지 않고 몸의 온갖 신경을 한 곳에 집중하여 박자를 맞추고 힘의 강약을 조절하고 템포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엉덩이에 땀이 나고 다리에 너무 힘이 들어가서 쥐가 나기 직전인 상태의 연주자들의 모습을 생중계로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드는 영화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영화촬영은 단 19일만에 끝냈는데 편집에만 3자리수의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편집에 공을 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쓰다보니 길이졌는데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영화를 보는 내내 드러밍에 집중하는 앤드류의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고 어떤 한 분야에 피땀흘려가면서 집중할 수 있고 그것이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가? 그리고 어떤 재능있는 사람을 몰아부치는 방식이 일반인의 시선에서는 도가 지나칠 수 있지만 그러한 방식이 성공으로 이어진다면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봐야하는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 뭐 이런 저런 것이 머리아픈 사람들에게는 그냥 앤드류의 신명나는(응?) 드러밍의 세계에 푹 빠져서 보는 것도 좋다. 본인은 영화를 보는 내내 실제 드러머들이 이 영화를 본다면 뭐라고 생각할까 였는데 포트노이는 최고의 드럼 영화라고 격찬(이 사람 알고보면 영화매니아임)했었고 앞으로도 이렇게 어마어마한 드럼 영화를 보기는 힘들지 않을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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