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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드추천] 화이트 퀸 - 장미전쟁의 세 여성과 가족들(스포일러포함)
    TV Movies 2020. 12. 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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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White Queen

    화이트 퀸, 레드 퀸, 그리고 킹메이커의 딸이라는 이름의 원작을 드라마화한 10부작 작품. 영국의 시대극으로 장미전쟁이 끝나고 튜더왕조가 시작되는 시기까지를 그렸다. 포스터와 제목만 보면 엘리자베스 우드빌이 주인공인 것으로 보여지지만 원작의 제목에 나왔듯이 화이트퀸인 엘리자베스 우드빌, 레드퀸인 마가렛 뷰포드, 그리고 킹메이커 워릭의 딸인 앤 네빌 이 3명이 주요 인물들이라고 할 수 있다. 솔직히 에피소드 한 편 한 편이 워낙 압도적으로 탄탄하게 잘 만들어져서 시즌이 계속 만들어지게 되면 아마도 제작진들이 머리가 꺠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애초에 미니 시리즈로 끝낼 생각으로 만들어졌으나 반응은 상당히 좋아서 시즌2 안 나오냐는 문의도 들어왔을 듯.)  

     

    왕좌의 게임류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매우 흥미로운 작품인데 아무래도 역사극이다보니 역사적인 상식이나 지식이 있는 상태에서 보면 더 흥미로운 작품. 문제는 왕족들이 이름을 중복해서 쓰는 것이 흔했기 때문에 여자일 경우 마가렛, 엘리자베스등이 정말 흔했고, 남자의 경우 에드워드, 리처드 등이 정말 흔해서 엄마도 엘리자베스인데 딸도 엘리자베스인경우도 많고 해서 누가 누구인지 정줄 잡고 집중하지 않으면 누굴 말하는 건지 머리에 쥐약이 난다는 것. 그래서 자막 담당하는 사람들이 여기서 타이틀을 잘 잡아줘야 하는데 드라마에서 말하는대로 그대로 그냥 '리처드' 뭐 이렇게 적어버리면 혼동이 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한 번에 몰아볼 경우 몰입도가 높아지기는 하지만 한 편당 1시간짜리이기 때문에 날잡아서 몰아보려고 해도 눈이 아픈 건 감안해야 할지 모른다.

     

    요크가의 3형제. 가운데가 장남이자 왕인 에드워드, 왼쪽이 차남 조지, 오른쪽이 막내 리처드. 조지로 나온 남자가 어디서 많이 본 것같다면 당신은 분명 역사물의 팬. 본인 역시나 차남을 보자마자 '보르지아'가 떠올랐는데 웃긴 건 이 배우는 보르지아에서도 차남으로 나왔고, 역할도 매우 비슷했다는 것. 심지어 최후까지도 똑같지는 않아도 유사해서 이건 뭐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일부러 찍어놓고 뽑은 거 아닌가 싶다. 제발 다음 역사물에서는 좀 해피한 역할로 나오기를 바란다. 조지는 대단한 야심을 가지고 있고 형을 무너뜨리고 자신이 왕이 되기 위해서 어떤 기회도 마다하지 않는 인물로 그려진다. 하지만 실패를 거듭하고 결국엔 다시 형과 동생에게 돌아오고 마는 탕아. 돈과 권력에 대한 욕심이 너무 과하고 부인에게 별로 잘해주지도 않는 등 인간적인 면에서서 전혀 덕망이 없는 인물. 그나마 모친이 가장 좋아하는 아들이긴 하다. 장남 에드워드의 경우에는 이룰 거 다 이루고, 자식도 많았고, 나중에 여자관계가 좀 꼬이긴 하지만(자기가 원해서) 그래도 워낙 현명했던 엘리자베스 우드빌을 부인으로 뒀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그나마 잘(?) 살았던 인물. 시대를 잘 타고났고 주변 인물을 잘 뒀고 동생 하나가 말썽이긴 했지만 왕족으로써 이 정도면 아쉬울 거 없었다고 할 수 있는 인물. 문제는 그 옆에 있는 막내 동생 리처드. 리처드는 누구처럼(?) 뒤통수 때리지 않고 형제들과 잘 지내는 편이었고 큰 형이 죽을때까지 그에 대한 믿음을 져버리지 않았으며, 결혼도 자신이 원했던 여자와 소신있게 했던 로맨틱가이. 문제는 큰 형이 죽고 나서 조카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면서 살아야했던 비운의 인물. 개인적으로 매우 마음에 들었던 캐릭터였고 배우인데 앞으로도 자주 봤으면 좋을 정도로 대단한 카리스마를 뽐냈던 인물. 3남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당연하나 역시 마지막이 안습.

     

    워릭 백작 가문. 에드워드를 왕으로 만들었던 '킹메이커'. 덕분에 에드워드가 왕위에 오른 후로 오른팔로써 실세 역할을 하지만 에드워드가 엘리자베스 우드빌과 눈이 맞아서 비밀리에 결혼을 치르는 순간부터 분열조짐을 보이게 된다. 에드워드가 눈밖에 난 이후부터 에드워드의 동생인 조지를 왕으로 추대하려고 프랑스를 끌어들이고, 심지어 요크가의 철천지 원수인 랭카스터 가문과 손을 잡을 정도로 막장을 달리는데도 결국에는 실패하고 마는 인물. 전략상 이유로 자신의 두 딸들을 정략결혼을 시키는데 첫째딸(2명 중 오른쪽) 이자벨은 조지를 왕위에 올리려고 할때에 결혼을 하게 되고, 둘째딸 앤(2명 중 왼쪽)은 랭카스터가문의 왕자와 결혼을 시켰다가 반역자가 되어버린다. 물론 여기서 딸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일이 진행될 때도 있고, 딸들이 원했더라도 결혼이 자기들 생각과 전혀 상관없이 흘러가는 경우가 많아서 이건 뭐 좋아서 하는 결혼이라기 보다는 완전 정치적 수단으로서의 결혼이라 자식들만 불쌍할 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째딸 앤의 경우엔 스스로 정치적 수완을 잘 발휘하기도 하기 때문에 옛날이라고 해서 여자들이 다 숨죽이고 살지만을 않았음을 몸소 보여주는 예. 그리고 결혼이 한 번으로 끝나지도 않고, 재산을 많이 가졌을 경우 이혼을 하고 재혼을 하는 경우도 있다. 전 남편이 남긴 재산까지 불어나면 3번씩도 가능. 예나 지금이나 돈이 최고(ㅠㅠㅠ).

     

    리버스 가문. 엘리자베스 우드빌 혹은 화이트 퀸의 친정쪽으로 원래는 보잘것 없는 집안이었으나 어찌어찌해서 평민에서 준 귀족가문이 되었고 딸인 엘리자베스가 왕 에드워드와 결혼을 하면서 왕족이 된 집안. 보통은 아들이 집안을 일으켜 세우지만 이쪽은 딸이 집안을 일으킨 것이 신선하다. 엄청난 다산의 여왕인 자퀘타에게는 딸도 많고 아들도 많았는데 그녀는 자식도 순풍순풍 잘 낳았지만 흑마술(Witchcraft)의 귀재이기도 했다. 뭐 마음먹는대로 막 썼다는 건 아니고 필요한 순간에 적절하고 은밀하게 능력을 발휘했다. 엘리자베스에게도 이런 능력이 있었고, 이는 후손에게도 전해진다. 덕분에 자퀘타의 경우 마녀로 심판을 받기도 했지만 워낙 머리회전이 빨라서 사형선고에서 빠져나오는 기지도 발휘한다. 아무래도 여자들 힘이 세다 보니 남자들이 빨리 죽거나 사고로 죽는 일이 잦기도 한데 기본적으로 가족들이 매우 잘 지내고 자식들도 정서적으로 매우 안정되어 있는 편. 허나 권력의 정점에 올라선 시점부터는 바람잘날 없어서 문제인데 이는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레드퀸인 마가렛 뷰포트와 그녀의 아들 헨리 튜더, 그리고 그녀의 연인이자 헨리의 삼촌 재스퍼 튜더. 에피소드 2편부터 등장하기 때문에 자칫 무시하기 쉬운 집안. 처음부터 등장하기 않기 때문에 왠 못 생긴 여자가 마음에도 없는 결혼으로 어떤 할아버지(?)와 살고 있었는데 그 여자에게는 사랑하는 연인(재스퍼)이 있었고 또 그녀에게는 왕위를 계승할 수 있는 아들(헨리 튜더)까지 두고 있었다는 떡밥을 깐 상태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마가렛 뷰포트의 경우 신앙심이 매우 깊은 편이고 항상 아들을 보고 싶어하며 전혀 여성적인 매력을 어필하지는 않지만 언제나 자신의 아들에게 기회가 올 거라고 믿고 있다. 부유하고 훌륭한 귀족 가문의 여성이고 원래는 수녀가 되고 싶었는데 딸이 수녀가 되는 걸 반대한 어머니의 반대로 자기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홀아비와 살지만 이 홀아비 아저씨는 그녀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녀가 재스퍼와 애정행각을 벌이곤 해도 이를 눈감아주곤 한다. 기본적으로 인간적인 매력은 갖고 있으며, 자신의 적에게 인정을 베풀기도 하는 등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온다'를 몸소 실천하는 인물. 남자로 태어났더라면 아마 자기가 왕이 되었을 수도 있었을 듯. 생긴 것도 볼품없고 유동적이지도 않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는 의지 때문에 끝판왕이 되는 인물.

     

    주인공인 엘리자베스 우드빌, 혹은 화이트 퀸. 이 모든 비극은 그녀로부터 시작되었다 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은데......10부작을 다 달리고 나서 생각을 해봐도 딱히 그녀가 잘못했던 것은 없었던 것 같다. 단지 기회를 잘 타고났고, 남편이 된 에드워드와 단순하게 사랑을 나눈 것이 아니라 결혼이 되도록 만들어서(여자들의 무기를 잘 이용했다고 볼 수 있을 듯.) 여왕이 되었고, 자식도 많이 낳았는데 때가 때이다 보니 단지 폭풍의 눈이 되었을 뿐. 그리고 마녀 어머니의 자식이었고 자신도 마녀의 기질을 갖고 있었으나 다 명분이 있어서 저주를 걸었던 것으로 그려지고, 일부러 누군가를 죽게 하려고 한 적은 없었다는 것.(드라마상에서만 보자면) 자신이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나 똑같지 않겠는가? 그녀는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고, 일부러 적을 만들려고 하지도 않았고, 적들과 어울리기 위해서 노력도 했으며, 한번 배신을 당하면 이를 잊지 않고 갚아주려고 했다가도 적들의 불행을 보면서 반성을 하기도 한다. 물론 성인은 아니었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면서 가족들을 이어가려고 노력했다.

     

    이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왕족으로 사는 것이 정말 피곤하겠다는 생각이 들고, 왕이나 왕비가 되는 것이 달콤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은 사랑하는 사람과 정치권에서 물러나서 마음 편안하게 발 뻗고 자는 것이 모두에게 이득이겠구나 싶다. 부모의 모가지가 언제 날아갈지도 모르고, 자식들을 원수의 집안으로 정략결혼을 시켜야 하고, 아들일 경우 언제 어디서 죽을 지 모르는게 15세기 영국 왕족의 일상. 아무리 노력을 해도 결국 모든 인간은 죽게 되어 있고, 어두운 때가 있으면 반드시 좋은 기회가 오기도 하며, 기회를 얻기 위해서 이런 저런 수단을 다 부려볼 수도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에는 다 소용이 없어진다. 부귀영화를 누린다해도 죽고 나면 재가 되어버리는 것을....왜 우리는 그렇게 아둥바둥 난리쳐가면서 살아야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럼에도 이 모든 것의 끝에 가서는 어떤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면서 오늘도 우리는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 이 드라마는 인간사의 모든 것을 피튀기는 영국 15세기 역사로 압축해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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