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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기에서 해방이 되는 순간에
    Essays 2017. 9. 1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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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일부터 시작된 감기에서 마침내 해방이 되었다. 감기에 걸려있는 순간에는 어서 감기에서 벗어나길 바라지만 막상 해방이 될 때의 기분은 삶이 이렇게 평온한 것이었나(아무런 고통 없이 흘러가는 시간자체가 이상하게 느껴지는) 하는 생각이 들고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된다. 그리고 감기에 걸려 있는 동안 어떠한 인연을 끊어버리게 되었는데 그 일조차도 감기 때문인지 아무런 감흥 없이 지나가 버렸다. 어차피 타국에서 홀로 사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인지 쉽게 오고 쉽게 가는 인간관계에 지쳐서인지 애써서 인간관계를 유지하고픈 마음이 없어졌다. 현재의 내 모습을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이라면 나조차도 굳이 애써서 관계를 이어나갈 필요가 없다는 타산적인 계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내 손을 벗어난 것에 대해서 더 이상 노력하고 싶지 않다.

     

    감기가 아직 완전히 낫지 않은 상태에서 그 동안 못 했던 운동을 했다. 항상 그렇지만 몇 번 빼먹은 운동을 간만에 하면 언제나 기운이 펄펄 넘쳐서 평소보다 더 많은 무게를 들 수 있는데 오늘이 그러했다. 하지만 유산소 운동(러닝머신)은 평소보다 약간 약한 강도에서 시작했는데 호흡은 여전히 안정적이었으나 땀이 눈코입 머리카락 사이에서 억수로 쏟아져서 앞이 안 보일 정도가 되었다. 여기서 흘린 땀들이 며칠 동안 씨름했던 감기의 나쁜 기운을 응축해서 내보낸 것 처럼 느껴졌다는 점에서 기분이 굉장히 상쾌했음은 두 말하면 잔소리. 물론 그런 와중에도 너무 무리해서 다시 아프면 안 되는데 하는 걱정도 있었다.

     

    누군가와 오랫동안 대화를 하지 않으면 스스로의 목에서 무언가 말을 방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본인에게는 그것이 글쓰기 밖에 없다. 손을 끄적이는 것이지만 타이핑이 글자가 되어서 문장이 되어 써지는 순간 어찌되었든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현재 나에게는 제대로 된 인간관계의 사람이 없다. 한 명은 중국에 가 있고, 한 명은 네덜란드에 있다. 그 이외의 사람들은 각자의 주어진 삶을 살고 있어서 만날 시간이 안 된다. 본인 또한 마컴이라는 곳에 떨어져 있으니..... 보통의 사람이라면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해서든지 인간관계를 만들려고 노력을 하겠지만 본인에게는 이제 그러한 노력도 그닥 가치있어 보이지 않으며, 굳이 그렇게 해야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 때가 되면 인연이 생기겠지가 아니라 그저 하루 하루를 살기도 바쁘고 어떠한 목적을 향해서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단 생각이다. 그리고 스스로와 잘 맞지 않는 사람과 억지로 부대껴서 살고 싶지도 않다. 강물 흐르듯이 유유자적하면서 흐름에 몸을 맡기고 살고 싶을 뿐이다.

     

    차이코프스키의 음악들을 듣고 있는데 애상적인데 이상하게 현재의 축 가라앉는 기분과 잘 어울린다. 나도 나이가 들긴 들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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