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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돌아온 지 7개월이 훌쩍 지나고 8개월째에 접어들었다. 여전히 싱글이고 딱히 현재의 상황에 불만은 없다. 나의 목표는 결혼이 아니라 이 곳에 정착하는 것에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여기 돌아오고 나서 단 한 번도 블로그에 글을 쓰지 않았을 정도로 스스로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내가 지금 이 시간에 글을 쓰게 된 것에는 분명 어떠한 이유가 있고 그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쓸 수도 있겠지만 가장 강력한 동기는 아무래도 무언가를 쓰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 때문일 것이다. 그럼 무엇이 나를 이토록 키보드 갈증을 느끼게 만드는가?
귀에 좋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본인은 길을 갈 때나, 버스를 타고 갈 때나, 심지어 운동할때조차 이어폰을 쓰지 않는다. 그냥 외부에서 틀어주는 라디오 음악도 충분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힙합이 들리면 "에이 짜증나. 뭐 이딴 정신없는 음악을 틀어주는 거냐?" 이러고 80년대 락음악이 나오면 "역시 운동할 때에는 정통 락이지..." 하면서 운동을 한다. 본인의 기호에 맞는 음악이 나오면 좋고, 아니면 아닌대로 적응하면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집에 혼자 있을 때면 헤드폰을 끼고 본인이 좋아하는 음악을 듣기도 하는데 이럴 때 박효신의 '해줄 수 없는 일' 같은 노래를 들으면서 마음 속 깊은 곳에 꾹꾹 숨겨뒀던 감성이 중2병처럼 폭발하곤 하는데 오늘은 유독 혼자만의 시간에 어떠한 가치를 부여하고 싶어진 것 같다.
누군가와 데이트를 한다고 치자. 분명 좋은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서로 웃으면서 행복하다고 느낄 것이고 세상이 다 내것처럼 느껴지고 하겠지. 하지만 그럴 때의 감정적인 교류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때의 고독 중 어떠한 것이 좋다고 절대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혼자 있으면 혼자 있음으로써 좋을 수 있고, 누군가와 있으면 함께 함으로써 어떤 좋은 에너지가 흘러나오기도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지금껏 그랬듯이 본인은 누군가와 함께 있는다고 해서 100퍼센트 무엇인가가 성취되었다고 느껴본 적은 없다. 누군가와 좋은 시간을 보낸다한들 그 사람과 내가 100퍼센트 하나가 되는 일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 누군가와 데이트를 한다는 것은 그저 즐거운 대화가 오고가면서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에 다름 아닌 것이다. 심지어 완벽한 결혼을 한다고 해도 거기에서 더 나아가지는 않는다. 좀 더 귀찮을 정도로 가까워졌을 뿐. 그러면서 우리 각각은 끊임없이 혼자만의 시간을 갈망하겠지.
(이미 내 나이에서는 많이 늦어버린) 결혼이라는 것에서 한 발짝 물러나서 보자면 내 생활이 그닥 나쁘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누군가와 티격태격 전투적으로 싸우면서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 보다 차라리 혼자만의 내면에 집중해서 좀 더 좋아하는 것을 즐기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유지하는 것 또한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누군가와 엄청나게 감정적으로 소모적인 싸움을 한 뒤 정신적으로 탈진해버려서 더 이상 대화하는 것을 중단해 버렸다. 이미 말이 안 통하는 누군가를 말로써 설득한다거나 스스로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보다는 그저 침묵하는 것이 스스로의 정신 건강에 이롭다는 것을 깨달아버렸다. 짧은 인생을 뭣하러 낭비하냐 싶었고 그냥 좋아하는 음악이나 들으면서 잃어버렸던 과거의 열정을 되찾는 것이 낫겠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현재로써는 음악이 탈출구가 되어주고 있는데 당분간 글도 쓰면서 스스로를 다독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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