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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아이디는 강남 미인 - 성형수술을 하면 행복해질까요
    TV Movies 2022. 4. 12.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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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넷플릭스에 한국 드라마가 많이 올라와 있어서 챙겨 보고 있다. 스카이 캐슬을 정주행했는데 그 다음으로 본 드라마가 내 아이디는 강남 미인. 네이버 웹툰에 올라온 동명의 원작을 JTBC에서 2018년에 방영한 것을 나는 이제야 넷플릭스로 본 것이다. 드라마 데뷔할 때부터 성형미인 느낌이 나는 얼굴로 '고친 거 아니냐'는 소리를 많이 들었던 임수향이 일부러 더 고친 것이 표가 나게 화장을 하고 나와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성형미인 역할을 했는데 강미래역 소화를 굉장히 잘해서 몰입하기가 쉬웠고, 도경석 역의 차은우는 생긴 것 자체가 만찢남인데 연기도 그렇게 발연기는 아니어서(생각보단 잘해서)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원래 이런 드라마일수록 처음 설정이 재미있고 뒤로 가면 갈수록 별로이기 마련인데 내 경우엔 첫 에피소드가 오히려 별로였고 2화부터가 더 재미있어서 보기가 좋았다.

    여주인공 강미래. 임수향이 맡았는데 나름 잘 어울린다. 극중 인조미인처럼 화장을 찐하게 해서 더 잘 어울림.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은 한국 사회의 '아름다우면 다 괜찮다'라는 시선을 제대로 파헤쳐보는 드라마라 볼 수 있다. 못생긴 얼굴 때문에 고민이 많았던 강미래가 고등학교 졸업을 하고 대학교 들어가기 전에 대형수술(얼굴을 완전히 다 고쳐버리는 성형 수술. 그냥 쌍수만 한 게 아니라 눈코입 다 했다고 보면 됨.)을 하고 나서도 과거의 경험에서 벗어나지 못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그렸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겉으로 아무리 예뻐졌다고 해도 자기 자신이 바뀌지 않으면 외모가 달라져도 변하는 건 없다는 거.

    도경석 역의 차은우. 원래 아이돌에 관심이 없어서 누군지도 몰랐는데 드라마 보고 이렇게 잘 생긴 남자가 있다니 하면서 봤다. 진짜 신이 빚어놓은 비주얼. 최근 한국 드라마에 본 최고의 미남. 차은우 말고는 도경석 역에 어울리는 남자는 없었을 듯. 진짜 대박 캐스팅.

    강미래가 대학교 입학하는 장면에서부터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강미래처럼 완전히 고친 사람이 있고, 약간 고쳐서 자신감을 얻은 사람도 있고, 원래부터 적당히 예뻐서 외모 걱정이 없는 사람이 있고, 완전히 자연 미인에 여신급인 사람이 나온다. 얼굴뿐만 아니라 사투리를 쓰는 사람도 있고(사투리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있음), 전통적인 여인상에 대비되는 남자같은 여자도 있고, 먹는 걸 좋아하는 통통한 여자도 나온다.(이 경우 살만 빼면 예쁠텐데 소리를 듣는다. 캐나다에서 이런 소리하면 PC가 아니라며 엄청나게 욕을 먹기 때문에 절대로 해선 안 되는 무례한 발언임.)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들도 다양하게 등장하는데 예쁜 여자라면 사죽을 못 쓰는 선배가 등장하고, 얼굴이 예쁜 것과 몸매가 예쁜 것 중에 뭐가 낫냐고 담론을 하는 남자도 나오고, 성희롱하는 걸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남자도 나오고, 여성을 존중하는 제대로 된 남자도 나와서 티격태격하면서 결국은 우리 사회가 어디로 나아가야 할 지를 고민해보게 하는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현수아는 자연미인이면서 여우짓하는 역할에 잘 들어맞았다. 자연미인이면 성격도 좋지 않을까하는 세간의 편견을 벗기는 캐릭터.

    사실 드라마 제작 세트장이야말로 여성 억압의 산물이 될 수도 있는 곳이라 볼 수 있는데 제작자들이 드라마를 만들면서 여성들에 대한 그간의 사회적 시선을 오히려 더욱 고민해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캐스팅 단계에서 카메라에 비친 여배우들의 얼굴이나 몸매가 어떻게 보이는지에 대해서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 수 밖에 없고, 별 볼일 없는 조연들이라 할지라도 실제로는 매우 예쁠 텐데 그렇지 않은 역할을 맡아본 일도 많았을 테니까 말이다. 나이 때문에 까이는 경우도 있고, 남자들이 여성 배우에게 알게 모르게 성희롱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이 있어왔기 때문이다.(지금도 어디에선가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본다.) 굉장히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가 없는데 비록 웹툰을 드라마로 옮긴 작가의 가치관이 가장 중요하게 반영되긴 했겠지만 드라마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 중에서 드라마를 제작하면서 자기 자신이 여성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어떤 잘못된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지를 맞닥뜨리게 된 경우가 분명히 있었을 거라고 본다. 나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실제로는 성희롱을 하는 사람이 여성 인권에 대해서 소리치는 그런 사람들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하비 와인스틴도 겉으로는 여성 인권에 관심이 많은척 하면서 뒤에서 호박씨를 엄청나게 까다 들통이 났다.) 아마도 이것은 내 자신이 여성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다른 여성분들도 비슷한 기분을 느꼈지 않을까 싶다.

    과대로 나오는 박유진. 사실 이 분이 이 드라마 최고의 미인이 아니었나 싶다. 털털한 성격에 상황을 정확하게 볼 줄 알고, 미래와 현수아 사이의 앙금도 해결하려고 하는 조력자.

    성형 미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사실 이 드라마는 내가 내 스스로를 어떻게 보느냐에 대한 담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남들이 보는 나와 내가 보는 나는 원래 다르기 마련인데 이 둘의 차이가 클 경우 삶이 어떻게 될 지를 생각해보라. 주인공 강미래는 자신이 언제나 못생겼다고 생각해왔고, 그렇게 들어왔고, 평생을 못생긴 여자로 살다 대학교에 가면서 갑자기 180도 바뀐 환경에 처하게 된 주인공이다. 그런 강미래를 예쁘게 봐 주는 사람들도 있고, 성형 괴물이라면서 까는 사람도 있지만 결국 그런 미래가 자신감을 얻게 되는 계기는 과거의 자신을 온전하게 봐주던 도경석이 미래는 예쁜 것도 아니고 못 생긴 것도 아니고 그냥 미래라고 얘기하면서. 그러니까 못 생겼는데 고쳐서 봐줄만해져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미래를 원래부터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에서 자신감을 얻으면서 미래가 스스로를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갑자기 혼란에 빠지게 된다. 엄청난 돈을 들여서 페이스 오프를 했더니 "실은 과거의 네 모습 때문에 네가 좋아."가 된 것. 그렇다고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진퇴양난이 아닐 수 없다.

    여전히 아름다운 박주미씨가 도경석의 어머니로 등장한다. 여인천하에서 봤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많은 세월이 흘렀다.

    성형을 하면서 미래는 '못생긴 여자'에서 '강남 미인'(성형을 해서 인공미가 가득한 미인. 부자연스럽게 예쁘단 소리이므로 결국은 성형괴물이란 소리)으로 바뀌었으나 여전히 보통 사람으로 사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어딜 가나 강남미인이라며 수군거리는 사람들이 있고, 미래의 과거의 얼굴을 캐내기 위해서 졸업앨범까지 들춰보는 사람도 있고, 누가 예쁘다는 얘길해도 곧이 곧대로 듣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해서 누군가가 진실을 얘기해도 무슨 꿍꿍이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오해를 하게 된다. 바뀐 현실에도 여전히 과거의 피해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고군분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미래가 다시 태어나게 되는 계기는 온전하게 과거를 눈앞에서 맞닥뜨리면서부터. 미래를 골탕먹일 생각으로 가득한 현수아(자연미인이지만 역시 이쪽도 과거에 큰 아픔이 있어서 비뚤어진 현실을 살고 있다.)가 미래의 과거 남자 지인에게 일부러 접근, 학교 축제에 데려와 미래가 과거에 얼마나 못 생겼었는지 과 사람들에게 공개하게 만든 것이다. 여자에게 차마 갖다 붙이기도 힘든 '오크'라는 별명이 있었다는 것이 밝혀지지만 미래는 더 이상 무너지지 않고 자신을 오크라고 부른 남자를 쓰레기라 부르며 과거에 참기만 했던 스스로에게 분통을 터뜨리는 동시에 "그래 나 과거에 오크였고, 성형수술해서 바뀌었는데 그게 뭐?"라는 식으로 당차게 현실에 정면승부한다. 그리고 이때부터 미래는 점점 과거와 현실의 간극을 좁혀나간다.

    차은우가 너무 잘 생겨서 눈 호강하면서 본 드라마.

    물론 여기서 도경석의 존재가 미래에게 큰 힘이 되긴 한다. 키도 크고,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외모에, 미래만 바라보고, 미래를 골탕먹이려는 현수아에게 언제나 까칠하고 대놓고 면박주는 등 사이다 캐릭터가 되어 미래 주변을 든든하게 커버해 준다. 심지어 미래를 좋아한다고 고백까지 여러번 한다.(도경석은 여자 얼굴을 보고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엄마도 엄청난 미인이고 자신도 엄청난 미남이라 얼굴 자체에 신경을 끄고 살기 때문에 가능?) 미래도 도경석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걸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려서 알게 되지만 도경석이 너무 잘 생겼다는 이유 때문에, 같이 있으면 피곤해진다는 이유만으로 여러번 거절을 하다 과조교에게 뜻밖의 사랑고백을 받고 나서야, 미래 역시 도경석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에야 도경석의 마음을 받아주게 된다. 남이 나를 어떻게 볼까에만 집착하다가 정작 스스로가 누굴 좋아하는지는 알면서도 무시하려고 했다는 현실을 자각하게 된 것이다. 나를 사랑해야 남도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이 있는데 미래가 현재의 자기자신을 사랑하자고 마음 먹었기에 경석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

    결국 중요한 건 이거다. 못생기든 성형 수술을 해서 예뻐지든, 원래 예쁘게 태어나든 나 스스로를 온전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이상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 내가 균형을 잡고 있어야 남이 뭐라고 해도 바른 길을 갈 수 있는 것이고, 남에게 휘둘리지 않는 삶을 살지 않게 되는 것이다. 미래에게 "너는 성형수술 하지 않아도 충분히 멋져."라고 말해주는 친구가 있었더라면 전체를 다 뜯어고치는 성형수술은 하지 않았을까?(물론 미래에게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내는 친구가 있긴 하나 그녀 역시 미래가 성형수술을 하는 것까지 말리지는 못한다. 그만큼 한국 사회가 외모지상주의란걸 뜻한다.)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한국 사회가 많은 사람들에게 성형수술을 권장하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뭘하든 예뻐지기라도 한다면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내몬다는 것. 지금도 강남 어디에서 성형 수술을 받고 있거나, 받기 위해 대기하는 분들이 있을텐데 수술이 잘 되어서 자신감을 얻는 분들도 있겠지만, 실패해서 더 방황하는 분들도 분명히 생겨날 것이다. 생긴대로 살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우리 사회가 참으로 씁쓸하고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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