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본인이 손승연 팬이라서 이번 듀엣가요제 결과에 만족스러웠다. 많이 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듀엣가요제에서는 고음이 포함되어 있는 발라드곡이 주로 인기를 얻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발랄한 댄스곡의 경우에는 점수가 높을 수는 있어도 우승하기에는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도 이 패턴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그리고 감동을 주는 노래의 경우 크게 심하게 편곡하지 않는 선에서 가수들의 호흡이 맞고 연습했던대로만 나와준다면 점수가 잘 나오는데 손승연 성경모씨의 무대가 그러했다. 이번 방송은 본방이 아니라 다시보기로 봤기 때문에 성경모씨의 숨은 이야기를 듣고 본 것이 아니라 단순히 노래만으로 판단했다.
오프닝을 장식했던 지난주 우승자 이석훈 김창수씨의 경우 이상하게 별로 감흥이 없이 들렸는데 뭔가 한방을 날리기에는 부족했고 이상하게 방송에 나오는 사람들의 감동한 표정을 보면서 "내가 감정이 없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박지민 정영윤씨의 경우 듀엣가요제에 맞는 선곡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박지민 특유의 리듬감은 좋았다. 2라운드에선 좀 더 선곡을 잘 했으면 싶었고, 서은광 김연미의 경우 본인은 누군지 전혀 몰랐기 때문에 역시나 별 감흥없이 들었고 노래가 특출나게 귀에 꽂히지도 않았다. 한동근 최효인은 확실히 3연승 했던 팀다운 내공을 보여주면서 지난주의 실험적인 일탈에서 다시 원래모습(응?)으로 돌아와 안정감있는 팀웍에 슬픈 감정까지 제대로 표현하여 공연 후 바로 1위를 탈환하는데 성공했다. 조장혁 김준섭은 역시 선곡에서 그닥 듀엣가요제스럽지 않았고 시원하게 내지르는 사람들 2명이서 사이다같은 공연하는 몸풀기 느낌. 솔라와 동선호가 오히려 오늘 공연에서 좀 예외적이었다. 2주 전(1주 전에는 추석 특집이라서 다른 경연)의 모습에서 너무 아이돌스러웠기 때문에 전혀 기대를 안 했는데 오늘은 선곡이 좋았고 노력도 많이 한 것 같았는데 점수가 생각보다 나오지 않았던 듯. 남자분보다 솔라가 매우 매력적이었고 2라운드에서 좀 더 선곡을 잘 하고 호흡에도 좀 더 신경써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손승연의 경우 본인이 기대를 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노래가 달팽이여서 점수가 많이 올라가기는 할 거라는 예상 속에서 감상하게 되었다. 그런데 남자분이 노래를 하는데 뭔가 좀 세련미가 떨어지고 박자감이 흐트러지는 듯 투박하게 부르는 것이 오히려 관객들의 허를 찌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투병생활을 오래한 것과 연관이 있는건지 원래 스타일이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으나 굉장한 발성에 테크닉적으로도 뛰어난 팔색조 손승연과 대비되면서 일부러 저걸 노린건가 싶을 정도로 언밸런스한 매력이 있는 듀엣이었다. 남자분이 노래가사처럼 큰 세상으로 나아가려고 몸짓을 하는데 손승연이 안정적으로 남자분을 부축하면서 함께 나아가는 그런 무대였다. 2라운드에서는 이와 상반되는 선곡을 해서 우승할 것 같지는 않지만 적어도 1라운드에서의 손승연 성경모는 우승할만한 무대를 보여주었고 결과도 부응했다.(개인적으로는 성경모씨가 내 취향의 목소리는 아니었고 손승연과 잘 어울리는 듀엣인지는 앞으로 두고보면 더 확실해질 듯.) 마지막에 화음을 빼 먹어서 좀 아쉬웠는데 이때 웃음의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했다.(무엇이 떠올랐는지...)